호랑이 버터 Tiger Butter
2022년 연하장 New Year's card
"얼마만큼 나 좋아해?" 하고 미도리가 물었다.
"온 세상 정글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되어버릴 만큼 좋아"
하고 내가 말했다.
무라카미하루키 _ 상실의 시대
中
일러스트 illustration
호랑이버터 | Tiger butter | 2021 | risography
| 15cmx10cm
2022 호랑이 버터
어릴적 읽은 동화 ‘꼬마 검둥이 삼보’에서는 정글의 호랑이들이 야자나무 아래서 빙글 빙글 돌다가 버터가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른이 되어 읽은 소설 ‘상실의 시대’에선 주인공들이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얼마만큼 나 좋아해?" 하고 미도리가 물었다.
"온 세상 정글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되어버릴 만큼 좋아" 하고 내가 말했다.
언제부턴가 ‘좋아’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고 느낄때면 머릿 속으로 호랑이들이 꼬리를 물고 빙글 빙글 도는 상상을 했습니다.
결혼을 기념하는 애니메이션 ’나이트라이트’를 만들 때에도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연인이 춤을 추며 돌다가 뒤엉켜 호랑이가 되고 버터가 되는 장면을 상상했었습니다.
결국 그 장면은 시간이 부족해 만들지 못했고 아쉬움으로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새해를 앞두고 머릿속에서 또다시 호랑이가 빙글 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은 무려 호랑이의 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빙글 빙글 돌다가 버터가 되는 호랑이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잘 구워진 빵에 호랑이 버터를 잔뜩 발라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게 먹는 상상을 하며 연하장을 만들었습니다.
2022년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 또는 만날 사람들에게 나의 이런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호랑이가 녹아 버터가 될 만큼
뜨겁게 사랑하는 2022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