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달리기  Bicycle Riding



브로콜리숲 BroccoliSoop

한 송이 브로콜리는 더 작은 브로콜리들로 이뤄진 숲 같습니다.
저희도 닮은 세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이뤄 ‘브로콜리숲’이 됐습니다.
가족이 함께 보낸 행복한 순간을 담았습니다.


@broccoli.soop
일러스트 illustration

자전거 달리기 | Bicycle Riding | 2023 | risography | A3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잡아두고 싶은 순간이 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가족과 함께 자전거로 금강변을 달리는 오후.
드넓은 한적함 덕분에 공산성도 금강도 다 내것인 것 같은 사치를 누린다.
맞은편 공산성은 언제나처럼 우리에게 푸르른 배경이 되어 준다.
1500년 동안 그 곳을 다녀간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곳

내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아파트단지는 재건축에 의해 지금은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되었다.
학교 가던 길도 친구들과 모여 놀던 공터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장소는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머릿속 깊숙히 가라앉은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줄 장소는 포크레인에 밀려 말끔히 지워진 것이다.
오래된 동네를 가면 돌담의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그곳에 머물렀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장소에 베어있는 역사를 마주할 때면 오래 알고 지낸 누군가를 만난 듯 친근해진다.
늘 그 자리에 존재하는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을거라는 희망을 품게된다.

맞은편 공산성을 보면서 힘껏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간다.
풍경과 바람은 뒤로 흘러간다.   난 멈추는 법을 잊은채로
아무리 움켜잡으려 해도 스쳐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영원을 느끼고,
달리는 자전거에 몸을 맡긴채로 영혼의 자유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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