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가르다  Broken time

금속판에 그린 자화상


일러스트 illustration

자화상 | self portrait | 2008 | dry point | A3


시간을 가르다


금속 판이 반짝 빤짝 빛을 내며 내 얼굴을 거울처럼 비춰 주었다.
나는 금속판에 비춰진 얼굴을 판화 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판을 조금씩 돌려야 했고, 금속판의 각도가 바뀌자 여러명의 나 또한 금속판을 긁어야 했다.
깊은 밤, 판화실에서는 금속판을 가르는 소리만이 샤각 샤각 들리고 있었고
나는 금속판을 가를 때마다 생기는 좁은 틈 속으로 조용히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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