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Jeongwol Daeboreum

The fire festival of the first full moon of the lunar year

브로콜리숲 BroccoliSoop

한 송이 브로콜리는 더 작은 브로콜리들로 이뤄진 숲 같습니다.
저희도 닮은 세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이뤄 ‘브로콜리숲’이 됐습니다.
가족이 함께 보낸 행복한 순간을 담았습니다.

@broccoli.soop

일러스트 illustration

정월대보름 | Jeongwol Daeboreum | 2023 | risography | A3

공주 축제 자랑

나는 2018년 초에 서울에서 공주로 이주했다. 공주는 인구 10만을 겨우 넘기는 지방의 소도시로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의 인구보다도 적다. 단위면적당 인구수로 계산하면 정말 적은 임대료로 넒은 공공면적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진정 땅부자가 아닌가? 게다가 서울과는 비교가 안되는 저렴하고 쾌적한 주거공간과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까지 대단히 만족스럽다. 1500년 전에 지어진 공산성을 마주 보며 한적한 금강변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노라면 애니메이션 ’소울’에 나왔던 ‘삶의 불꽃’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초, 정월대보름에는 금강 둔치에 있는 미르섬에서 축제가 열렸다. 공주에서는 해마다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인 백제 문화제를 비롯하여 겨울에는 알밤 축제, 어린이날에는 석장리 구석기 축제등이 있다. 정월대보름 축제는 올해 처음 참여했는데 이것이 바로 로컬축제임을 느낄 수 있었다. 로컬축제에서는 거칠고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알밤축제는 직접 알밤을 구워 먹는 축제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알밤을 굽다 보니 엄청난 매연을 마시면서 눈물을 흘린다. 석장리 구석기 축제에선 유인원 복장을 하고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고, 직접 숯불에 꼬치를 구워 먹는다. 결코 세련되진 않지만 그 투박함이 매력이다.

정월대보름 축제에서는 연날리기, 붓글씨쓰기, 윷놀이, 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등의 놀이들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정월 대보름의 하이라이트는 달집 태우기와 쥐불놀이였다. 나는 어릴 적에 엄마나 선생님 몰래 학원교재를 태워가며 불장난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의 눈에 비친 아이들의 불장난이란 화재의 위험이 있어서 허락되지 않은 놀이였고 친구들과 몰래 숨어서 해야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딸아이의 손을 잡고 간 정월대보름 축제에서는 짚더미와 나무 땔감이 합법적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축제에서 만들어주는 깡통에 불을 넣어 돌리는 쥐불놀이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그렇게 1500년된 공산성을 배경으로 쥐불놀이를 하고 있으니 우리 가족이 시간을 초월해 옛 도읍지에 있는 것 같았다. 잠시지만 시간 여행자가 되어 과거에 온 기분을 느꼈다.
정월대보름이 지난 며칠 뒤에도 그날의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래서 그 환상적인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