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안   의    우    리     안   의  숲 

us in the   f o r e s t   with in us

일러스트 illustration

숲 안의 우리 안의 숲 | us in the forest with in us | 2018 | digital


숲 안의 우리 안의 숲

결혼하고 공주로 이주해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기를 갖게 되었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다가 왔기에 아직은 공주의 모든 것이 낯설 때였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며 보냈고, 남편 또한 이직한 직장에서 고된 업무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뱃속에서 아기가 자란지 20주쯤 되었을 때, 모처럼의 휴일을 제대로 보내고 싶어서 남편과 함께 계룡산 국립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10월의 따뜻한 가을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계룡산의 크고 멋진 나무들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 나무들을 보자 계룡산이 우리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시 남편과 아기의 태명을 짓던 중이었는데 숲길을 한참 걷고 있다 보니‘숲’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아기 이름으로 지으면 형태도 예쁘고 발음도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이라고 부를 때마다 숲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숲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숲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고 그 길 중에는 가볼 수 있는 길도 있고 가보지 못하는 길도 있지. 내 아기도 내 몸을 떠나 세상에 나오면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을 걷게 되겠지.
인생이라는 숲에서 최대한 많은 길을 가볼 수 있다면 좋겠다.
앞으로 내 딸이 인생을 모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기 이름을 ‘숲’이라고 지어야겠다 고 결심했다.
집으로 돌아와 계룡산의 숲에서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나만의 방법으로 기록했다.
내 안의 아기도 내 옆의 남편도 계룡산 숲에서의 그 따뜻함을 함께 느꼈기를 바라며...



Pregnant  20week 3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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