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는 길  The path of wind


synopsis

사무실에서 일하던 의자가 사무실을 떠나 숲으로 가서 악기가 되는 이야기.
A office chair unravels its legs and goes on a wildly imaginative psychedelic vision quest filled with both terror and beauty, leading to transformation into a musical instrument of liberation.



credits

Director : Kim Jooim
Animating: Kim jooim,
BGimage:Kim Jooim, Han Subin
3Drigging: Yun Jubyung
Motion graphic : Bae Jisung
Music : Jeonja Yang Sound : Jeonja Yang
Voice: JeonJa Yang, Park Yi hyun
Helper : Lee Hanjun, Lee Yeojin, Han Yumi, Kim Soyoung, Jeong Donghae

제작지원 :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이 작업을 완성하도록 도움 주셨던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Thank you again to everyone who helped us complete this task.





screenings & awards

2013 12th Mise-en-scene Short Film Festival / Korea
2013 9th Indie-anifest / Korea
2014 20th Slamdance Film Festival/ USA / Jury awards
2014 9th Festival du Film Coréen à Paris / France
2014 24th Message to m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 Russia
2014 30th Interfilm berlin / Germany
2015 16th Landshut Short Film Festival / Germany
2015 13th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Tabor / Croatia
2014 .8.1 SBS 애니갤러리
2015 (6~8) NAVER 애니씨어터
2015. 11.6 MBN 인디애니 페스티벌
2016. 3.2 KBS 독립영화관


애니메이션 animation

바람이 지나는 길 | The path of wind | 2013 | 15min 30sec 





바람이 지나간 길


이 애니메이션은 평범한 사무실 의자(듀오백)가 숲으로 가서 모험을 겪으며 악기가 되는 여정이 담겨있다.
나 또한 회사 사무실에서 의자처럼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주인공인 의자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주요 캐릭터는 3명으로 의자는 사무직 노동자.  거미는 음악가. 달팽이는 유목민을 상징하고 있다.
주인공 의자는 모험을 거치며 악기가 된다.  악기, 그것도 아코디언이 된다는 설정은 처음 이야기를 구성할 때부터 정해놓았다.  나또한 회사를 다니던 틈틈이 아코디언을 연주하던 때가 있었다.  소리를 내기 위해 아코디언의 바람통(벨로우)를 벌렸다 닫을 때마다 답답하던 일상에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그 후에 나만의 호흡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되기를 바라며  의자(사무실 노동자)가 악기(예술가)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의자가 아코디언이 되려면 누구를 만나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하는 상상을 하며 하나의 모험담을 만들어 나갔다.  의자가 만나게 되는 주요 캐릭터들은 바로 달팽이와 거미다.
달팽이는 유목민(nomad)를 상징한다. 집을 압축해서 메고 다니는 모습이 마치 배낭을 메고 다니는 떠돌이 철학자 같다. 달팽이와 집은 달팽이의 상태에 따라서 쉽게 크기가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공간을 옮겨 다니는 디지털 유목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거미는 의자가 숲에서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예술가이다. 거미줄(web)은 유기적으로 짜 놓은 그만의 음악적 세계이자 현악기이다.
그의 음악에 홀려 그의 거미줄(관계망)에 걸려 들게 되면 음악을 배워서 나가기도 하고 먹이감이 되기도 한다.  엄격한 예술선생님을 표현하려 했다.
작품엔 그 당시 ‘꿈을 향해 돌진!’ 하던 나의 젊은 날의 마음이 담겨 있다.
첫 작품이다 보니 의욕은 앞서는데 제작 노하우가 없어 시행착오가 많았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아 그만큼 러닝타임과 제작기간이 함께 늘어났었다. 이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의 추억과 회한이 담긴 이 애니메이션을 보니 그래도 그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작품은 내가 살아온 인생의 궤적이기도 하니까...



<바람이 지나는 길> 인터뷰  ( KBS독립영화관/미쟝센영화제/SBS애니갤러리)

Q 작품의 주제나 메세지를 전달할때, 실사영화와 차별되는 애니메이션만의 강점이나 효과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애니메이션은 사물이 인격을 가지는 것과 같이 현실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상징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기도 하구요. 또한 1차원적인 해석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애니메이션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듀오백 의자가 주인공인데, 이런 독특한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야근을 하면서 친구들과 회사의 의자나 붙박이장이 된 것 같다는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후 그때의 경험을 살려 듀오백 의자 형태의 캐릭터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반응이 좋아서 이 의자를 주인공으로 한 모험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바람이 지나는 길>이란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아코디언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벨로우라는 바람통에 숨을 불어 넣어야 하는 악기입니다.
그렇기에 아코디언은 바람 그 자체이고, <바람이 지나는 길>은 주인공의 여정을 의미합니다.
또한, 바람이 불듯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생의 여정에서 점차 성숙해지는 과정을 <바람이 지나는 길>이라는 제목에 담고 싶었습니다.



Q  듀오백 의자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요?

A   듀오백 의자가 가슴을 벌려 숨을 쉬면 아코디언 소리가 납니다.
이것은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사무실 안에서 의자는 숨죽인채로 일만 해야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답답함을 느낀 의자는 사무실을 벗어나 모험을 하게 되고 숲속의 다른 존재들과 음악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기로 변이해 나갑니다. 듀오백 의자에게 음악은 아코디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하는 매개체이자 새로운 삶의 목적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Q  몸의 일부가 악기가 되어 음악을 연주하는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몸이 아코디언이 되기도 하는데, 영화 안에서 음악이 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코디언 악기 자체에 벨로우라는 바람통이 있습니다. 바람통을 움직여야만 소리가 나올 수 있는데, 바람통을 움직여 음악을 연주하는게 사람이 숨을 쉬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자유라는 것 역시 숨을 쉬고 살아가는 모습의 확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자기 호흡을 가지고 연주한다는 것인데 각자의 호흡으로 시간을 끌고 가는 건 영화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각자의 시간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으로 그러한 호흡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화면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2D와 3D화면이 적절히 섞인 것 같은데, 캐릭터, 배경, 애니메이션 등 어떻게 구분하여 작업하였는지 설명해주신다면?  

A  사무실의 딱딱하고 기계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사무실에서의 배경과 캐릭터, 애니메이팅은 모두 3D로 표현했고 사무실 밖의 세계와 캐릭터는 자유롭고 유기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2D로 그렸습니다. (달팽이집 같은 경우는 3D로 만든 배경을 일부러 2D로 리터칭 하기도 했습니다.)

Q   사무실 안의 충혈된 거대한 눈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은 것인가요?
A
    이 부분 역시 회사 생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고 상징적으로는 전도된불구자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한가지 분야에 오랫동안 몰두하다보면 그 분야에 쓰지 않는 다른 모든 감각들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게 되겠지요. 이것은 마치 자기 몸의 한가지 기능만 사용하여 해당기관만 발달하게 되고 다른 모든기관이 퇴화 하는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과장되게 표현하여 눈만 남은 감시자로 나타내었습니다. 그래서 눈이 충혈된 것이구요.


Q   “이쪽저쪽 어디로 가야해?” 듀오백은 열심히 일하고 감시받고 사는 삶에서 벗어났지만, 막상 벗어나고 나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는데, 혹시 감독님의 마음 같은 것일까요?
A   주인공 듀오백은 제 현실세계의 삶이 반영된 캐릭터입니다. 회사를 그만 두고 자유를 얻었지만 그만큼의 불안감도 함께 찾아오더군요.
바람이 지나는 길을 제작하며 주인공이 의자에서 아코디언이 되듯이 저 또한 사무직 노동자에서 아티스트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애니메이션 속에서 캐릭터가 겪는 모험에 제가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겪게 되는 경험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저에겐 바람이 지나는 길을 만드는 과정이 모험 그 자체였던 셈이죠.



Q   작품 속 돼지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전거도 태워주다가 갑자기 폭행하는듯..이중적인 모습인데?)
A   
돼지는 강도이긴 하지만 다른 세계로 건너가게 해주는 캐릭터입니다.
여행에서도 그렇고 삶에서도 그렇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알고보면 사기꾼인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남조차도 긴 여정을 통과한 뒤 되돌아보면, 삶의 전환점이 되거나 예정에 없던 길로 가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Q   또한 제작 과정 중, 많은 과정이 힘들었겠지만 그만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그리고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A   애니메이팅을 초당 12프레임(12장)으로 작업했는데, 초반에는 원하는 느낌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단순한 동작도 수없이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작업이 힘들었는데 당시에는 그 움직임도 12프레임도 포기가 안되더라구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라기 보다는 가장 힘들어서 애증이 가는 장면인데요.
거미와의 사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완성하기까지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의자가 거미와 만나 싸우면서 음악적으로 교감하고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해내야 했거든요. 때문에 캐릭터의 몸의 움직임과 거미줄의 진동등을 통해 소리를 시
각적으로 표현했고,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통해서 캐릭터의 두려과 즐거움,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주인공 의자의 아코디언 소리와 거미가 거미줄을 연주하는 소리가 하모니가 되는 것처럼 이미지와 음악이 하모니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Q   고통의 과정을 거친 존재의 최종 의미는 무엇인가요?(이 부분이 잘 드러난 장면은?)
A    
작품 속에서, 주인공의 상처 난 구멍들 사이로 새살이 돋아 나와서 버튼이 되고 그것으로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연주하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상처들, 구멍들조차도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장치로 재생시키는 치유와 성장과정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자유롭게 연주하는 예술가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고통은 언젠가는 지나가게 마련이고 고통을 견딘 후에야 깨닫게 되는 의미들이 있습니다.
죽지 않는 한은 계속되는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고 이전보다 삶에 대해 성숙한 태도를 가지게 될 때 앞으로 마주칠 수많은 문제들과 사건들에 좀더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Q    감독으로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 (작품을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나요?)
  한국 사회에서 20대를 보내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이 많았습니다.
정해진 코스를 달려 남에게 뒤쳐지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일이나 삶일까 회의감이 들곤 했습니다.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가슴속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모험을 두려워 하지 말자는 메세지와 긍정 에너지를 함께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바람이 지나는 길>을 보는 시청자분들에게 인사말을 전해주세요^^

A   마지막 장면에서 의자가 사무실로 돌아와 동료들에게 음악을 연주할 때 그의 음악이 의미 있어지듯이 저 또한 이 애니메이션을 관객들께 보여드리게 될 때 이 작품이 의미 있어 지는 것 같아요.
이 애니메이션이 여러분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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